우리나라 해변 절반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 해안 침식, 내 여름 바다가 위험하다
올여름 동해 바다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혹시 몇 년 전 찾았던 그 넓은 백사장, 지금도 그대로일 거라 믿고 계신가요?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해변의 모래는 조용히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연안 침식 실태 조사 결과, 전국 연안 지구 225곳 중 무려 44.4%(100곳)가 '우려' 또는 '심각' 등급을 받았습니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그리고 이게 단순히 '모래가 좀 줄어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경북 울진 백사장이 5년 만에 사라진 이유
경북 울진 직산1리. 5년 전만 해도 테트라포드(뿔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와 해안 도로 사이에는 너른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지금? 그 자리가 바닷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모래 유실을 막으려 약 200m 길이로 깔아둔 테트라포드 라인 일부는 이미 무너졌고, 남은 것들은 절반이 물에 잠겨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인근 펜션 주인은 "여름 한철 민박 장사를 하는데 백사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안 침식, 왜 지금 이렇게 빨라졌을까?
핵심은 뜨거워진 바다에 있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바다 위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결과 파도 높이가 올라갑니다. 높아진 파도가 백사장을 반복해서 강타하고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모래를 끌고 나가는 것이죠.
원래 백사장은 자가 복원 능력이 있습니다. 겨울에 파도에 깎였다가도, 파도가 잔잔한 봄·가을이 되면 모래가 다시 쌓이는 식으로 균형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이 균형 자체가 깨져버렸습니다. 침식 속도가 복원 속도를 압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현재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1도가량 높다는 점입니다. 올해 엘니뇨 발생 전망까지 더해지면, 앞으로 태풍이 북상할 때 파도 높이가 더욱 높아지고 겨울철 고파랑(高波浪) 빈도도 잦아질 수 있습니다.
백사장이 사라지면 생기는 진짜 위험들
"모래가 줄어드는 게 뭐가 그렇게 큰일이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사장은 단순한 모래밭이 아닙니다.
백사장은 자연 방파제입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강력한 파도 에너지를 모래가 흡수하고 분산시켜 줍니다. 백사장이 사라진다는 건 그 방어벽이 없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해안 도로와 주택가 직격: 파도가 완충재 없이 바로 육지를 강타하게 됩니다.
- 태풍·폭풍우 시 피해 확대: 바닷물이 내륙으로 더 깊고 빠르게 밀려들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해안 생태계 붕괴: 연안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집니다.
- 지역 경제 타격: 해수욕장을 기반으로 한 관광업, 숙박업, 수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이 연안 17곳 중 12곳(70.6%)이 우심 지역으로 가장 심각하고, 전북(66.7%), 전남(58.6%), 경북(47.7%), 강원(38.2%)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우리가 즐겨 찾는 해수욕장 지역들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테트라포드만으로는 한계, 해안 침식 대응책은 없을까?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외부에서 모래를 실어다 붓는 '양빈(養濱) 사업' 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테트라포드를 백사장에 깔아 파도가 모래에 닿기 전 힘을 잃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큰 태풍이 닥치면 테트라포드 자체가 바다로 쓸려나가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미국 하와이나 호주처럼 "바다 풀장" 등 파도 충격 완화 구조물을 활용해 모래 유실을 막는 방식을 국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테트라포드를 쌓고 유실되면 또 쌓는 악순환 대신, 보다 근본적이고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 우리가 기억하는 그 여름 바다를 지키려면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올여름 계획 중인 그 해수욕장 여행, 몇 년 후에도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을까요? 지금의 속도라면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안 침식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해안선에서 진행 중인 현실입니다.
개인의 작은 탄소 발자국 줄이기부터, 지자체의 근본적인 침식 대응 정책 수립, 그리고 해수면 온도 상승을 늦추기 위한 국제적 기후 협력까지—모래 한 알 한 알이 모여 백사장이 되듯,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해변을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 여름 바다, 지금 우리가 나서야 남길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해양수산부가 매년 실시하는 연안침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조사 지구 225곳 중 44.4%(100곳)가 침식 우려(C등급) 또는 심각(D등급) 등급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4년 65.3%에서 20.9%포인트 감소한 수치이지만 충남(70.6%), 전북(66.7%), 전남(58.6%) 등 지역별 편차가 커서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2025년 연안침식 우려·심각 지구 21%p 감소, 연안관리체계 고도화한다 (2026.02.27)
- 조선일보: 우리나라 해변 절반, 백사장이 사라져간다 (2026.08.07)
에디터 노트: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인 침식 현황과 수치는 해양수산부의 공식 발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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